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고고유전학이 밝혀낸 고대인의 성격과 기질: 성향도 유전될까?
    고고 2025. 3. 7. 18:27

    고고유전학이 밝혀낸 고대인의 성격과 기질: 성향도 유전될까?

     

     

    1. 고고유전학과 인간의 성격 연구: 성향은 유전되는가?

     고대 인류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험난했다.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해야 했으며, 사냥, 채집, 부족 간의 전쟁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의 성격과 기질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성격과 행동 패턴이 환경의 영향일까, 아니면 유전자의 영향을 받을까?

     고고유전학(ancient genomics)은 과거 인류의 DNA를 분석하여 그들의 신체적 특징뿐만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특징까지 밝혀내려는 연구 분야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단순한 후천적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상당 부분 유전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현대 인간의 기질과 연관된 도파민 수용체(DRD4) 유전자나 세로토닌 운반체(5-HTTLPR) 유전자가 고대 인류에게도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간의 유전적 비교를 통해, 감정 조절, 사회적 성향, 불안감 등의 요소가 일부 유전자에 의해 조절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은 환경 적응력이 강하고 신중한 성향을 보였던 반면, 현생 인류는 보다 탐험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차이는 고대 인류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형성되었으며, 일부 성향은 현대인에게까지 전해지고 있다.

     결국, 성격과 기질은 후천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고고유전학을 통해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2. 도파민과 모험심: 고대인의 유전자 속 탐험 본능

     고대 인류는 정착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수만 년 동안 사냥과 채집을 하며 살아왔다. 이러한 생활 방식은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탐험과 이동을 필수 요소로 만들었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걸까?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유전자가 도파민 수용체(DRD4)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인간의 모험심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DRD4-7R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도전을 즐기는 성향을 보인다. 흥미롭게도, 이 유전자 변이는 유목민이나 장거리 이동을 한 부족들에서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북미 원주민, 중앙아시아 유목민, 그리고 폴리네시아 이주민들의 유전자에서 DRD4-7R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고고유전학자들은 "탐험 DNA"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한다. 과거 인류 중 일부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려는 성향이 강했으며, 이들이 이동을 지속하면서 인류의 확산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정착을 선호했던 사람들은 신중하고 보수적인 기질을 보였을 것이며, 농경 사회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즉, 모험을 즐기고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특성은 단순한 개인적 취향이 아니라, 수만 년 전 인류의 생존 방식에서 비롯된 유전적 특징일 가능성이 높다.


    3. 세로토닌과 감정 조절: 불안과 공격성의 유전적 기원

     고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힘과 체력뿐만 아니라, 감정 조절과 사회적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특정 부족이 결속력을 유지하고, 전쟁과 갈등을 조율하며, 공동체 내에서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은 생존의 중요한 요소였다. 이러한 사회적 성향과 감정 조절 능력은 유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중 하나가 세로토닌 운반체(5-HTTLPR)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조절하여 인간의 감정 기복, 불안 수준, 스트레스 반응 등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의 특정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 반면, 다른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비교적 차분하고 감정 조절이 뛰어난 편이다.

     고대 사회에서 이 차이는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불안을 잘 느끼는 성향은 사냥과 전쟁에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반면, 감정 조절이 뛰어난 사람들은 부족 내에서 협력과 조화를 이루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MAOA 유전자(일명 "전사 유전자")가 공격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MAOA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인구집단에서는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더 강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실제로, 전투와 침략이 빈번했던 사회에서는 이 유전자의 변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견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결론적으로, 불안감, 감정 조절 능력, 공격성과 같은 요소들 역시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고대 인류의 생존 방식에 따라 자연 선택된 유전적 특징일 가능성이 높다.


    4. 현대인의 성격과 고대 유전자의 흔적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사냥과 채집을 하거나 부족 전쟁을 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여전히 고대 인류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는 현대인의 성격과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서도 DRD4-7R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도전에 흥미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 유전자가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직업 선택, 라이프스타일, 심지어 연애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5-HTTLPR 유전자의 변이에 따라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불안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감정 조절이 뛰어난 사람들은 보다 원만한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결국, 현대인의 성격과 기질은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수만 년 동안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진화해온 유전적 특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결론: 성향은 유전될까?

     고고유전학 연구는 인간의 성격과 기질이 단순히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 유전적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파민과 관련된 유전자는 모험심과 개방성을 결정하며, 세로토닌 관련 유전자는 감정 조절과 불안감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이러한 유전적 영향을 받고 있으며, 우리의 성격과 행동은 수만 년 전 고대 인류의 생존 전략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성향도 유전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 다만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조절된다."가 될 것이다. 

Designed by cocohincher.